토니 크로스가 ‘패스 2번’으로 전성기 유벤투스를 무너뜨린 방법
*이 글은 제가 2022년 6월에 쓴 글을 재구성한 것입니다.
2017/18시즌 UEFA챔피언스리그 8강에서는 레알 마드리드와 유벤투스가 만나게 됐다. 레알은 챔스 3연패, 유벤투스는 세리에 7연패를 도전하던 강팀이었고, 이 매치업은 직전 시즌 챔스 결승의 리벤지 매치이기도 했기에 많은 축구팬들의 관심을 모았다.
유벤투스의 홈에서 열린 1차전에서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환상적인 오버헤드킥 골이 터지며 레알이 3:0승리를 챙겼다. 모두가 레알의 손쉬운 4강 진출을 예상했지만 유벤투스는 포기하지 않았고 오히려 베르나베우에서 열린 2차전은 유벤투스가 3:0으로 앞서나갔다.
어느덧 경기는 추가시간으로 접어들었고, 양 팀은 30분의 연장전을 통해 승부를 가리게 될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토니 크로스의 생각은 달랐다. 크로스에게는 다 계획이 있었다.
레알이 우측면에서 스로인을 얻자 크로스는 직접 스로인을 받으러 향했고, 공을 받자마자 반대편의 마르셀루를 향해 정확한 전환 패스를 날린다.
마르셀루는 좌측면의 빈 공간으로 빠르게 공을 몰고 전진했고, 레알의 우측면을 압박하고자 라인을 올렸던 유벤투스는 어쩔 수 없이 라인을 내리게 된다.
우측면에 있던 유벤투스 선수들이 좌측면으로 유인되면서 유벤투스의 수비 간격은 벌어졌고, 그러면서 박스 앞의 공간이 열리게 된다. 그리고 크로스는 어느새 그 공간에 도착해 있다.
치명적인 선수에게 치명적인 공간을 허용했다는 것을 깨달은 유벤투스는 그제서야 크로스를 압박해 보지만 이미 늦었고, 크로스는 이를 비웃듯이 호날두에게 정확한 얼리 크로스를 배달한다.
호날두는 이 크로스를 머리로 정확하게 떨어뜨려 루카스 바스케스에게 연결했고, 바스케스가 이 공을 슈팅으로 연결하려고 하자 메흐디 베나티아가 어쩔 수 없이 그를 밀어 넘어뜨렸다. 이 장면을 정확하게 지켜본 마이클 올리버 주심은 당연히 페널티킥을 선언한다.
그 뒤로는 모두가 아는 이야기이다. 판정에 거칠게 항의한 잔루이지 부폰은 퇴장을 당했고, 호날두는 이 PK를 성공시키며 팀을 4강으로 이끈다. 이후로도 차례로 바이에른 뮌헨과 리버풀을 제압한 레알은 챔스 개편 이후 첫 3연패라는 대업을 달성한다.
만약 크로스가 2번의 패스 중 하나라도 성공시키지 못했다면, 혹은 그 패스가 아닌 다른 선택을 했다면 이 모든 일이 일어날 수 있었을까? 아마 쉽지 않았을 것이다.
혹자는 크로스의 팀 커리어를 두고 뛰어난 동료들이 많아 얻을 수 있었던 그저 운이 좋은 결과라고 폄하하기도 한다.
그러나 축구는 아는 만큼 보인다. 크로스가 그 많은 트로피를 따낸 것은 그가 이처럼 뛰어난 축구 지능과 결정적인 패스로 경기를 좌우할 수 있는 선수이기 때문이다. 하인케스, 펩, 뢰브, 지단 그리고 안첼로티까지 수많은 명장들이 그를 중용한 것에는 분명 이유가 있다.
당신에게는 토니 크로스의 가치가 제대로 보이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