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칼럼

골라인 판독기 미도입, 테바스의 또 다른 ‘소탐대실’

마드리드의 거인 2024. 4. 26. 17:42

한국 시간 4월 22일 오전 4시, 스페인 마드리드에 위치한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열린 라리가 32라운드 레알 마드리드와 FC 바르셀로나의 ‘엘 클라시코’가 레알의 3:2 승리로 끝났다. 종료 휘슬은 진작 울렸지만, 경기를 본 양 팀의 팬들 간의 논쟁은 현재 진행 중이다.

전반 28분경 바르샤의 코너킥 상황에서 라민 야말이 시도한 슛이 골라인을 넘었는지를 두고 양 팀 팬들이 온라인상에서 논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해당 장면을 두고 VAR 판독이 진행됐지만, 공이 라인을 넘었다는 명확한 근거를 찾지 못해 노골이라는 원심이 유지됐다.
 
사실 골라인 판독기가 있었다면 금방 결론이 났을 문제지만 아쉽게도 라리가는 유럽 5대리그 중 유일하게 골라인 판독기가 없다. 하비에르 테바스 라리가 회장은 정확도 및 비용 문제 등을 고려해 골라인 판독기를 도입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언뜻 생각해보면 테바스 회장의 주장이 아주 설득력 없는 것은 아닐 수 있다. 과거 프리미어리그 경기에서는 골라인 판독기 오류가 발생한 적이 있었고, 이로 인해 본머스가 강등을 당하면서 논란이 됐다. 골라인 판독기용 카메라를 선수들이 가려서 생긴 오류였다.
 
만약 VAR이 충분한 각도의 카메라 숫자를 확보하고 있다면, ‘이론적으로는’ 골라인 판독기가 필요 없다.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여러 각도의 카메라를 확인하면서 공이 정확하게 골라인을 넘었는지를 확인할 수 있고, 골라인 판독기를 도입하는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그러나 라리가의 현실은 달랐다. 골대 오른쪽 카메라가 골라인과 평행한 각을 이루고 있었지만 공이 루닌에게 가려서 보이지 않았고, 골대 왼쪽 카메라는 골라인과 평행하지 않아 공이 라인을 넘었는지를 판단할 수가 없었다. 위쪽 각도의 카메라는 아예 존재하지도 않았다.
 
즉 라리가는 골라인 판독기를 대체할 충분한 기술력을 갖고 있지 않았던 것이다. 세계 최고를 두고 경쟁해야할 리그가 최신 기술의 활용을 거부했고, 충분한 대안도 마련하지 않아 리그의 가장 중요한 경기에서 이런 사단이 난 것이다.
 
테바스 회장이 말한 비용 절감의 문제 역시도 다각도에서 따져봐야 한다. 골라인 판독기 도입 비용은 약 44억 원 정도이다. 절대 적은 돈은 아니지만 라리가 정도 규모의 리그에서 지출 못 할 금액은 아니다.
 
골라인 판독기가 있다면 수 초 내로 끝낼 판정을 VAR을 통해 진행하면 2~3분가량을 소모하게 된다. 경기가 지연되면서 흐름이 끊기고, 선수들이 뛰어야 할 시간은 늘어난다. 이런 계산되지 않는 손해는 결코 적지 않을 것이다.
 
또 이번과 같은 사태로 인해 라리가가 입은 치명적인 이미지 손상 역시도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이번 일을 계기로 라리가는 많은 사람들에게 ‘푼돈 때문에 최신 기술을 거부하는 구시대적인 리그’로 인식됐다. 이 손해를 금전적인 가치로 환산하면 44억원을 넘을지도 모른다.

결국 테바스 회장은 근시안적인 시선으로 또 다시 라리가의 경쟁력을 약화시킨 꼴이 됐다. 눈앞의 돈보다 훨씬 중요한 리그 이미지를 고려하지 않았기에 현재의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갖춰야 할 것을 제대로 갖추지 않고, 나가야 할 사람이 계속 머무르는 집단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부디 라리가에서 테바스 회장이 나가고 골라인 판독기가 들어오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