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칼럼

[예비 축잘알을 위한 축구 규칙 알아보기] 인도네시아 골키퍼가 승부차기 10번 키커가 된 이유

마드리드의 거인 2024. 5. 10. 12:50

‘축잘알’은 ‘축구를 잘 아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축구팬에게 가장 명예로운 별명 중 하나이다. 그리고 축구 규칙을 잘 아는 것은 ‘축잘알’이 되기 위한 중요한 조건이다. 여러분이 축구 규칙을 잘 모르는 ‘예비 축잘알’이라면, 이 글을 읽고 완벽한 ‘축잘알’이 되길 바란다.

지난 4월 26일에 있었던 U-23 아시안컵 8강전, 황선홍호가 승부차기 끝에 인도네시아에게 밀려 탈락하며 40년 만에 올림픽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연장전까지 120분을 2-2로 마쳤고, 승부차기에서는 골키퍼까지 킥을 하는 접전 끝에 10-11로 패하고 말았다.
 
이 글에서는 경기에 대한 아쉬움이나 올림픽 대표팀을 위한 개선방안 제시 등은 잠시 미뤄두고, 시리즈의 취지에 걸맞게 경기에서 이슈가 됐던 장면과 그에 관한 규칙에 대해서만 언급하도록 하겠다.

문제가 된 장면은 승부차기 도중에 나왔다. 양 팀이 9번 키커까지 킥을 마치고도 8:8로 스코어가 동률이자 선축인 대한민국은 백종범 골키퍼가 10번 키커로 나섰다. 정규시간에 이영준이 퇴장을 당했던 걸 감안하면 여기까진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런데 백종범 키퍼의 킥이 끝나자 인도네시아 역시 10번 키커로 에르난도 아리 골키퍼를 내세웠다. 골키퍼들은 일반적으로 필드 플레이어에 비해 킥이 좋지 않기에, 승부차기에서도 제일 마지막 11번 키커를 맡는 것이 일반적이다.
 
한국과 달리 인도네시아는 11명으로 연장을 마쳤기에 골키퍼가 나올 이유가 없어 보였고, 경기를 중계하던 쿠팡플레이의 해설진은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축구팬들 사이에서 국내 최고의 ‘축잘알’로 평가받는 한준희 해설위원 역시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해설진은 인도네시아가 10번 키커로 골키퍼를 내세운 이유를 명확하게 파악하지 못했고, 남은 필드 플레이어의 킥이 심각하게 좋지 못해 부득이하게 골키퍼가 먼저 킥을 하러 나선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을 하기도 했다.
 
양 팀 10번 키커의 킥이 끝나고 스코어가 또 동률이자, 한국은 1번 키커 이강희가 다시 킥을 하러 나왔다. 그리고 이어진 인도네시아의 차례에서 인도네시아는 남은 필드 플레이어를 11번 키커로 세우지 않고, 한국처럼 다시 1번 키커가 킥을 하러 나왔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일까? 역시나 이유는 규정에서 찾을 수 있다. IFAB 규정집 79 페이지의 승부차기 절차에는 이렇게 명시되어 있다.

•경기가 끝나고, 승부차기를 하기 전 또는 도중에 한 팀의 선수 숫자가 상대팀보다 더 많다면 상대팀에 맞춰 선수 숫자를 줄여야 한다. 주심은 이때 제외되는 선수의 이름과 등번호를 반드시 통보받아야 한다. 제외된 선수는 킥에 참여할 수 있는 자격이 없다.
 
즉 정규시간에 이영준의 퇴장으로 한국이 10명만 승부차기에 임할 수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규정에 따라 인도네시아도 1명을 제외하고 10명의 인원으로만 승부차기를 치른 것이다. 인도네시아가 제외한 선수는 등번호 23번의 네이션 초어온이었다.
 
퇴장이 나온 경기가 승부차기까지 진행되고, 그 승부차기가 10번 키커까지 진행된 뒤에도 승패가 갈리지 않은 것은 흔하게 있는 일은 아니다. 국내 해설진조차 생소한 상황이었기에 이 글을 읽은 여러분에게도 익숙한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자주 사용되는 규정에 관한 내용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 글이 독자 여러분에게 또 하나의 새로운 상식을 얻는 기회가 됐기를 바라면서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