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칼럼

10번째 빅이어, 그리고 10년 후

마드리드의 거인 2024. 5. 25. 16:18

레알 마드리드와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의 챔피언스리그 결승이 어느덧 채 일주일도 남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도르트문트에서의 마르코 로이스의 라스트 댄스가 해피엔딩으로 끝나기를 바라지만, 레알 마드리드 역시 절대 빅이어를 포기할 수 없는 상황이다.

레알 마드리드는 이견의 여지없는 챔피언스리그 역사상 최고의 팀이다. 전신인 유러피언컵의 시작을 5연패로 장식했고, 개편 이전과 이후를 합쳐서 총 14번 우승하며 압도적인 차이로 최다 우승의 지위를 지키고 있다.

 

레알 마드리드를 제외하면 그 어떤 팀도 두 자릿수 우승에 도달하지 못했고, 최다 우승 2위인 AC 밀란의 우승 횟수는 레알의 절반인 7회에 불과하다. 빅이어는 레알의 자존심이고 양보란 절대 있을 수 없다.

 

잠시 시계를 돌려 10년 전으로 가보자. 10년 전에도 레알 마드리드는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진출했고, 우승을 차지했다. 그리고 그것은 바로 'La Decima', 그들의 10번째 챔피언스리그 우승이었다.

 

10년 전의 레알은 지금의 레알과 여러모로 닮아있다. 그 당시 구성원의 일부는 여전히 레알 소속이며, 10년 전의 우승 과정에서 상대했던 팀들을 이번에도 다시 만나게 됐다. 그 때와 다르게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은 역시 결승전의 결과일 것이다.

10년 전 레알의 감독 역시 지금의 감독인 카를로 안첼로티였다. 유벤투스와 밀란, 첼시, 파리 등의 팀을 맡은 뒤 레알에 왔으며, BBC 라인 결성과 디 마리아의 메짤라 전향 등을 통해 성공적인 결과를 만들었다.

루카 모드리치와 다니 카르바할, 나초 페르난데스는 10년 전의 우승을 함께 했으며, 이 중 모드리치와 카르바할은 당시 결승전에 선발 출장했었다. 10년 전에는 카스티야 소속이었던 프란 가르시아와 루카스 바스케스 역시 이번 결승 명단에 포함될 것이 유력하다.

결승전 상대는 아니었지만 10년 전에도 도르트문트를 만났던 것 역시 유사하다. 홈에서 열린 8강 1차전은 도르트문트를 상대로 3:0 승리를 거뒀고, 원정 2차전에서는 0:2로 패하면서 합산 3:2로 4강에 진출했다.

10년 전의 4강전 상대 역시 이번과 같은 바이에른 뮌헨이었다. 홈에서 열린 1차전은 1:0 승리로 장식했고, 원정에서 열린 2차전은 4:0 대승을 기록하며 합산 5:0의 압도적인 스코어로 결승 진출을 확정했다.

그 이후의 이야기는 꽤나 유명하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의 결승전, 고딘에게 선제골을 허용했지만, ‘초 단위까지 잊을 수 없는 시간’ 92분 48초에 라모스의 동점골이 터지며 연장 혈투 끝에 4:1 승리로 그토록 염원하던 ‘라 데시마’를 달성할 수 있었다.

10번째 우승 뒤에도 레알의 시간은 결코 잠잠하게 흐르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의 명성에 걸맞게 화려하고도 다사다난했다. 카를로 안첼로티와의 동행은 그 다음 시즌까지였다. 후임으로 라파엘 베니테즈가 왔으나 부진한 모습으로 금새 경질됐고, 뒤를 이은 지네딘 지단은 챔피언스리그 개편 이후 최초의 쓰리핏을 달성하며 또 다른 왕조를 건립했다.

 

그러나 그 쓰리핏 이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지단 모두 레알에 작별을 고했고, 레알의 전력은 급격히 약해졌다. 지단은 금방 돌아왔고, 팀의 부흥을 위해 분전했지만 예전의 명성을 찾기는 어려워 보였다. 다시 레알의 선택은 안첼로티였다.

두 번째로 맞는 첫 시즌, 안첼로티는 파리, 첼시, 맨시티, 리버풀과 같은 유럽의 거함들을 모두 격침시키고 아무도 예상 못한 14번째 빅이어를 따냈다. 그 다음 시즌에는 챔스보다 어려운 코파 델 레이를 따냈고, 세 번째이자 다섯 번째 시즌, 이제 그 결말을 앞두고 있다.

 

10년 전의 10번째 빅이어를 올해의 15번째 빅이어로 기념할 수 있다면 레알 마드리드에게는 더 없이 행복한 결말이 될 것이다. 마드리디스타들은 'La Decimoquinto'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칠 준비가 되어있다. A Por La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