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를 울린 ‘염갈량’의 4번의 작전 실패
7월 9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LG트윈스의 경기에서 롯데 자이언츠가 7:4로 승리를 가져갔다. 전력상으로 우세한 LG의 승리가 유력해 보이는 경기였지만 LG가 무려 4번의 작전 실패를 겪은 탓에 롯데에게 경기를 내주고 말았다.
첫 번째 작전 실패는 2회초에 나왔다. LG가 1:2로 뒤진 1사 1,2루 2번 타자 문성주 타석에서 풀카운트가 되자 염경엽 감독은 런 앤드 히트 작전을 구사했다.
풀카운트 런 앤드 히트는 주자가 1루에만 있을 때는 자주 나오는 작전이다. 하지만 2루에도 주자가 있을 경우 타자가 삼진을 당했을 때는 3루에서 주자까지 더블 아웃을 당할 수 있기에 잘 사용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염경엽 감독은 작전을 감행했고 그 결과는 결국 실패였다. 문성주가 타격한 공이 2루수 뜬공이 됐고, 1루 주자 홍창기까지 태그아웃을 당하며 이닝이 그대로 끝나고 말았다. 작전이 없었다면 LG는 주자 1,2루에서 김현수가 타석에 들어설 수 있었다.
두 번째 작전 실패는 5회초에 나왔다. LG는 2:6으로 밀리고 있던 상황에서 스트레일리와 이인복을 공략하며 4:6까지 경기를 따라붙었고, 롯데의 실책까지 나오면서 경기의 분위기를 완전히 가져갈 수 있었다. 그리고 무사 1,2루 타석에는 문보경이 나왔다.
문보경은 이 날 경기 전까지 0.377의 높은 출루율을 기록하고 있었다. 마운드에 있는 투수는 6.30의 좋지 못한 방어율을 기록하고 있던 이인복으로 문보경이 충분히 공략할 수 있는 상대였다.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했을 때 LG는 강공으로 상대를 압박했어야 했다.
그러나 염경엽 감독의 선택은 번트였고 이 작전은 실패로 돌아가고 말았다. 이인복의 초구 벗어난 공에 문보경은 배트를 거둬들였으나, 3루에서 포스 아웃을 당하지 않기 위해 리드를 크게 가져갔던 2루 주자 오지환이 롯데 포수 손성빈의 강한 송구에 잡히고 말았다.
뒤늦게 문보경의 볼넷이 나왔으나 결국 LG는 추가 득점을 하지 못했다. 만약 번트 사인이 나오지 않았다면 2루 주자 오지환은 무리해서 리드폭을 넓히지 않고 정상적인 주루를 했을 것이다. 무사 만루가 됐어야 하는 상황이 1사 1,2루로 바뀌면서 LG의 추격이 중단됐다.
세 번째 작전 실패는 바로 다음 이닝에 나왔다. LG가 여전히 2점차로 뒤진 6회초, 선두 타자 홍창기가 사구로 출루하면서 무사 1루가 됐고 타석에는 2번 타자 문성주가 들어섰다. 그리고 놀랍게도, 염경엽 감독은 여기서 문성주에게 번트를 지시했다.
2점을 뒤지고 있는 상황에서 고작 주자 한 명을 진루시키기 위해서 번트를 선택한 것이다. 심지어 문성주는 경기 전까지 출루율 0.408로 리그 4위에 올라있었다. 그 어떤 지표를 고려하더라도 염경엽 감독의 번트 지시는 설명이 불가능했다.
문성주의 번트 자체는 성공했지만, 결국 LG는 추격하는 점수를 만들지 못했다. 상대에게 아웃 카운트 0.4개를 헌납했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른다.
7회에도 LG의 작전 실패는 이어졌다. 1사 1루 신민재 타석 풀카운트에서 런 앤드 히트 작전이 나왔으나, 신민재가 루킹 삼진을 당한 것에 이어 1루 주자 문보경까지 도루 실패를 당하며 이닝이 그대로 마무리 됐다.
그 전까지의 무모하고 불필요한 작전들에 비하면 비교적 정상적인 작전이긴 했으나, 문보경이 스타트를 하지 않았다면 상위타순으로 기회가 연결될 수 있었던 것을 감안하면 아쉬움이 남는 상황이다.
총 4번의 작전 실패로 인해 LG는 4개의 아웃카운트와 4명의 주자를 잃었다. 이 날 경기가 3점차로 끝났기에, LG가 단 하나의 작전도 내지 않고 강공으로 일관했더라면 오히려 경기에서 승리했을지도 모른다.
시즌 초에도 비슷한 주제로 글을 쓴 적이 있었지만, 시즌 초에도 LG의 야구는, 아니 염경엽 감독의 야구는 이런 식이었다. 시즌 중반에 들면서 작전을 거는 빈도가 줄어드는 듯 보였지만, 또 다시 고질병이 도지며 경기 하나를 아예 망쳐버리고 말았다.
야구는 선수가 하는 스포츠다. 전력이 좋고 타선이 강한 팀은 선수에게 그냥 맡겼을 때 결과가 가장 좋다. 주자를 2루로 보내는 희생번트는 득점확률과 기대득점을 모두 낮추며, 도루는 성공률이 아주 높지 않을 경우 오히려 팀에게 손해를 끼친다.
사실 LG와 염경엽 감독이 어떤 야구를 하더라도 그것은 그들의 자유이다. 그러나 필자가 이렇게 지적하는 것에는 이유가 있다. 아래에서부터는 필자가 올해 4월 24일에 쓴 글의 일부를 통해서 마무리하겠다.
‘LG트윈스가 지나치게 전력이 좋기에 이러한 염경엽 감독의 비효율적인 작전 야구에도 불구하고 우승을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은 필자를 불안하게 만든다. 야구에 무지한 한국 언론은 우승팀 감독을 리더쉽이 뛰어난 명장으로 무조건 포장하는 경우가 매우 잦기 때문이다.
한화 이글스에서는 상식 이하의 경기 운영을 보여줬던 김성근 감독도 SK에서는 언론에 의해 야신이라고 불렸고, 지난 WBC에서 이해하기 힘든 경기 운영으로 조별리그 탈락을 면치 못했던 이강철 감독 역시 2021년 KT wiz의 우승 당시에는 ‘강철 리더십’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만약 올해 LG가 염경엽 감독의 비효율적인 작전 야구에도 불구하고 우승을 차지한다면, 그와 그의 작전 야구는 바람직한 대상으로 포장되어 안 그래도 세계 야구 흐름에 뒤쳐진 한국야구의 발목을 더욱 강하게 붙잡을 것이다.
LG팬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염경엽 감독이 계속 이러한 방식의 비효율적인 작전 야구를 LG에서 이어간다면, 필자는 한국야구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LG의 극적인 실패를 기원할 수밖에 없다.‘
필자가 올해 4월 24일에 쓴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