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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칼럼

갈 길 바쁜 LG 발목 잡는 ‘염갈량’의 무의미한 작전 야구

by 마드리드의 거인 2023. 4. 24.

LG트윈스는 올해 ‘타격의 아이큐’라고 불리는 wRC+(조정 득점 창조 능력)가 128.3에 육박하는 강한 타선을 자랑하고 있다(4월 24일 기준). 이는 1987년 삼성 라이온즈(135.1)에 이은 역대 2위에 해당하는 수치이다. 리그 평균 wRC+는 100이고 올해 2위 NC도 106.7에 불과하다. ‘종범神’이라고 불리던 이종범의 KBO통산 wRC+가 126.1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올해 LG타선이 얼마나 강한지 쉽게 체감할 수 있다.

기록 출처: 스탯티즈

그러나 막상 경기를 보면 LG는 일반적인 강타선들과는 조금 다른 경기 운영을 한다. 다른 강타선에서는 쉽게 나오지 않는 도루나 희생번트 같은 작전들이 LG경기에서는 매우 빈번하게 나온다. 아니 빈번한 수준을 넘어서 리그에서 가장 잦다.

 

LG는 올해 리그에서 가장 많은 55회의 도루 시도를 기록 중이다. 2위 NC(32회)보다 23회나 많으며 리그 전체 도루 시도(210회)의 26.2%를 차지한다. KBO는 4개 구단 체제가 아니라 10개 구단 체제라는 것을 떠올리면 LG의 도루 시도가 얼마나 잦은지 알 수 있다. 도루만큼은 아니지만 희생번트 시도 역시 23회로 리그에서 가장 많다.

 

이쯤에서 작전이 잦은 것이 문제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그렇다. 작전이 잦은 것은 문제가 맞다. LG와 같은 강타선으로 작전이 잦으면 그것은 더욱 심각한 문제다.

기록 출처:스탯티즈

우선 도루의 경우 성공률이 낮으면 오히려 시도하지 않는 것이 좋다. 2016년 당시 넥센 히어로즈의 감독을 맡았던 염경엽 감독 역시도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도루 성공률이 75%는 돼야 팀에 보탬이 된다. 성공률이 이보다 낮으면 뛰지 않는 것이 이득이다“라는 말을 남긴 적 있다. 올 시즌 염경엽(앞의 인물과 동명이인이 아니고 동일인물이다)감독의 LG는 55회의 도루 시도 중 단 34회만 성공시키며 리그에서 가장 낮은 약 62%의 도루 성공률을 기록 중이다.

 

도루가 성공률 차원의 문제라면 희생번트는 시도하는 것 자체로 손해가 되는 작전이다. 희생번트는 일반적으로 무사 1루 상황을 1사 2루 상황으로 만들기 위해 쓰이는 작전인데, 실제로는 무사 1루 상황이 1사 2루 상황보다 득점 확률과 기대 득점이 더 높다. LG트윈스의 희생번트 성공률이 약 43%로 리그 9위에 그치는 것은 둘째로 두더라도, 희생번트 시도 자체가 23회로 가장 많은 것부터가 팀에 손해를 끼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작전을 시도하는 것이 도움이 되는 경우도 있다. 타선이 약한 팀들의 경우 작전을 성공시켜 변수를 창출하려는 시도를 마냥 나쁘게만 볼 수는 없다. 그러나 첫 문단에서 언급했듯이 올해 LG는 역대 2위 수준의 강타선을 보유하고 있고, 이 케이스에 전혀 해당하지 않는다.

염경엽 감독은 과거 만년 하위권 팀이던 넥센 히어로즈를 포스트시즌 단골 팀으로 탈바꿈시키면서 염갈량이라는 별명을 얻은 바 있다. 그러나 지금 LG에서의 염경엽 감독의 모습과 연의에서의 제갈량의 모습을 비교했을 때 이는 후자에 대한 실례로 보인다. 제갈량은 비교적 국력이 약한 촉으로도 위에게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였지만, 지금 염경엽 감독은 위나 다름없는 LG를 가지고도 오히려 전력을 낭비하고 있다.

 

LG트윈스가 지나치게 전력이 좋기에 이러한 염경엽 감독의 비효율적인 작전 야구에도 불구하고 우승을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은 필자를 불안하게 만든다. 야구에 무지한 한국 언론은 우승팀 감독을 리더쉽이 뛰어난 명장으로 무조건 포장하는 경우가 매우 잦기 때문이다.

 

한화 이글스에서는 상식 이하의 경기 운영을 보여줬던 김성근 감독도 SK에서는 언론에 의해 야신이라고 불렸고, 지난 WBC에서 이해하기 힘든 경기 운영으로 조별리그 탈락을 면치 못했던 이강철 감독 역시 2021년 KT wiz의 우승 당시에는 ‘강철 리더십’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LG는 올해 1위 SSG(12승 6패 승률 0.667)를 승차 없이 바짝 쫓으며 2위(13승 7패 승률 0.650)를 기록 중이다. 만약 올해 LG가 염경엽 감독의 비효율적인 작전 야구에도 불구하고 우승을 차지한다면, 그와 그의 작전 야구는 바람직한 대상으로 포장되어 안 그래도 세계 야구 흐름에 뒤쳐진 한국야구의 발목을 더욱 강하게 붙잡을 것이다.

 

LG팬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염경엽 감독이 계속 이러한 방식의 비효율적인 작전 야구를 LG에서 이어간다면, 필자는 한국야구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LG의 극적인 실패를 기원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