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28일, 래리 서튼 롯데 자이언츠 감독이 자진 사임을 발표했다. 서튼 감독은 자진 사임의 이유를 건강 문제라고 알렸으며, 롯데 구단은 이종운 수석 코치가 남은 시즌 동안 감독 대행의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팀이 7위로 쳐진 상황에서 감독 교체를 맞게 된 롯데 팬들의 반응은 그다지 좋지 못하다. 서튼 감독의 지도력이 완벽하게 만족스러운 것은 아니었지만, 서튼이 나가게 된 과정과 그 후임자가 더욱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미 야구팬들 사이에서는 서튼이 자진 사임을 한 것이 아니라 경질을 당한 것이라는 주장이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MBC스포츠+에서 활동하고 있는 박재홍 해설위원 역시 유튜브 채널에서 이런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서튼의 지도력이 만족스럽지 않았던 것은 분명하다. 일반적으로 팬들이 외국인 감독에게 기대하는 것은 현대야구의 흐름에 맞는 운영이지만, 서튼은 마치 자신이 현역으로 활동하던 시절의 KBO리그를 보는 듯한 구시대적인 운영으로 일관했다.
특히 서튼은 현대야구에서 점차 사라져가는 번트를 지나치게 자주 사용하곤 했는데, 2022년 8월 4일 LG와의 경기에서는 2번 타자 안치홍에게 3회까지 번트를 2번이나 지시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해당 경기는 롯데가 2:12로 대패했다.
서튼이 ‘프로세스’를 내세우며 통계 자료 활용을 적극 과시하던 성민규 단장이 선임한 감독임을 감안하면 이런 그의 행보들은 다소 이해하기 어려웠다. 희생번트는 득점 확률과 기대 득점을 낮추는, 통계적으로 지양해야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서튼의 잦은 번트가 성민규의 의견에 반하는 것이었다면, 성민규는 ‘또’ 자신과 생각이 다른 감독을 선임한 것이며, 반대로 번트가 성민규의 의중과 일치한다면 성민규의 통계 활용 능력을 의심해 봐야한다. 어느 쪽이건 성민규의 평판엔 감점 요소이다.
그런데, 서튼의 이러한 번트 사랑조차도 장점으로 보이게 할 후임자가 나타났다. 바로 이종운 감독 대행이다.
선수 시절 이종운은 팬들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1992년 남두오성(김응국, 전준호, 김민호, 이종운, 박정태)이라고 불리던 롯데의 3할 타자 5명 중 하나로 활약하며 팀의 마지막 우승에 공헌한 바 있다.
그러나 감독 이종운은 선수 시절의 이러한 좋은 기억까지 모조리 지워버릴 정도로 좋지 못했다. 2015년 이종운은 롯데를 맡아 66승 1무 77패의 성적을 거두며 8위에 그쳤다. 단순히 성적만 좋지 않았던 것이 아니라 과정 또한 매우 나빴다.
2015년 롯데는 조쉬 린드블럼과 브룩스 레일리라는 구단 역사상 최고의 용병 원투펀치를 구현하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이종운은 나머지 투수들의 보직을 명확하게 설정하지 않았고, 이 둘을 제외하면 10승-10홀드-10세이브 중 단 하나도 달성한 투수가 없었다.
타선에도 외국인 타자 아두치가 준수한 성적을 낸 것은 물론, 황재균, 최준석, 강민호, 정훈 등등 많은 선수들이 커리어하이에 준하는 좋은 성적을 냈지만 이종운은 이들과 함께 가을야구를 하지 못했다.
그리고 부상을 당한 김민하를 그대로 외야 수비에 나서게 하거나, 부친의 임종을 앞두고 있는 손아섭과의 일정 조율로 마찰을 빚는 등 기본적인 인성에서의 문제를 의심하게 하는 논란을 많이 만들기도 했다.
정상적인 구단이라면 이런 감독을 해임한 후에 절대로 다시 등용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종운은 놀랍게도 2023년을 앞두고 롯데 2군 감독으로 선임됐고, 1군 수석코치를 거쳐서 감독 대행까지 맡게 됐다. 롯데는 8년을 역행한 것이다.
2012년 방영된 드라마 <해를 품은 달>에는 가수 린이 부른 <시간을 거슬러>가 OST로 사용됐다. 필자는 이종운이 감독 대행을 맡은 소식을 보고 이 노래가 떠올랐다. 시간을 거스르지 않는 이상 다시 볼 일이 없을 줄 알았던 이종운 감독을 다시 보게 됐기 때문이다.
다만 필자를 비롯한 롯데 팬들이 ‘갈수록 짙어져 간 그리움에 잠겨’ 이종운 감독을 다시 보기를 원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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