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야구/칼럼

추락하는 갈매기 롯데, 날개가 될 수 없는 성민규 단장

by 마드리드의 거인 2023. 6. 27.

6월 25일 잠실에서 열린 LG트윈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에서 롯데가 3:7로 패했다. 이 패배로 롯데는 시즌 33패째를 기록하게 됐고, 승률은 정확하게 5할이 됐다. 롯데가 시즌 초반 순위표 최상단에 오르기도 했던 것을 감안하면 추락은 매우 빠른 속도로 진행된 것이다.

 

지표를 보면 롯데의 추락은 전혀 이상하지 않다. 팀 OPS는 0.673으로 9위에 그치고 있으며, 팀 방어율 역시 4.36으로 8위에 불과하다. 피타고리안 승률 역시 0.475로 6위로 쳐진 상태이다. 현재의 전력과 흐름이라면 올해도 가을야구를 하지 못할 것이 유력하다.

자연히 래리 서튼 감독이 비판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서튼 감독은 지나치게 많은 희생번트를 남발하며 공격상황에서 구시대적인 스몰볼 위주의 작전으로 일관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팬들이 원하는 화끈한 대량득점 경기 역시 자주 나오지 않고 있다.

 

그러나 현재 롯데의 추락을 서튼 감독의 책임만으로 돌리는 것은 가혹하다. 야구에서는 기본적인 전력이 약하면 감독의 용병술이 아무리 좋아도 승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근본적인 책임은 역시나 이러한 전력을 구성한 성민규 단장에게 있다.

성민규 단장은 어느덧 부임 후 4번째 시즌을 맞고 있지만, 여전히 이렇다 할 결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외부 FA영입에만 약 170억을 투자했지만 그 효과는 냉정하게 미미한 수준이다.

가장 많은 80억을 투자한 유강남의 경우 OPS 0.620, WAR 0.4로 기대 이하의 성적을 보이고 있다. 롯데의 최대 약점 중 하나였던 포수진의 공격력을 보완하기 위한 영입이었지만, 오히려 유강남 본인이 팀의 약점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사실 유강남의 이러한 부진은 어느 정도 예견되어 있었다. 유강남은 2018년 OPS 0.860을 기록한 뒤 매년 OPS가 하락 중이었다. LG가 더 저렴한 65억에 영입한 박동원이 OPS 0.918, WAR 3.1을 기록하며 맹활약 중인 것을 감안하면 성민규 단장에게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

40억을 투자한 한현희 역시 방어율 5.59 WAR -0.3으로 부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옵션을 통해서 리스크를 최소화한 것을 감안하더라도 WAR이 음수인 FA영입을 성공이라고 평가하기는 힘들다.

50억을 투자한 노진혁의 경우 OPS 0.760 WAR 1.3을 기록하며 분전하고 있었지만 이미 14경기에 결장했고, 현재도 부상으로 빠져 언제 복귀할 지 짐작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외부 FA영입뿐만 아니라 내부 FA단속에서도 성민규 단장은 큰 실책을 저질렀다. 지난 2021년 시즌이 끝나고 성민규 단장은 구단 역사상 최고의 선수 중 하나인 손아섭을 라이벌팀 NC다이노스로 이적시키고 말았다.

 

손아섭 본인은 롯데에 남고자 하는 의지가 강했으나 성민규 단장은 ‘3단 합체’라는 수준 이하의 대안을 내놓으며 그에게 적절한 제안을 하지 않았다. 손아섭은 올해 맹타를 휘두르며 NC가 롯데보다 1 계단 높은 3위에 위치하는데 큰 공을 세우고 있다.

 

손아섭은 이번 시즌 타율 0.327, OPS 0.822, 83안타, 38타점, 38득점 WAR 2.3을 기록 중이다. 규정타석을 채운 롯데 타자들 가운데 앞에서 언급한 단 1개의 부문에서라도 손아섭보다 나은 성적을 기록하고 있는 선수는 없다.

 

또한 손아섭은 KBO역대 최다 안타를 노릴 수 있는 레전드이며, 뛰어난 자기 관리 능력으로 후배들에게 모범이 되는 선수이기도 하다. 이렇게 가치 있는 선수를 롯데팬들은 성민규 단장의 이해할 수 없는 판단으로 잃어야만 했다.

 

FA만큼이나 순위에 큰 영향을 미치는 외국인 선수 구성에서도 성민규 단장은 아쉬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투수 찰리 반즈와 댄 스트레일리의 ERA+는 각각 94와 98이며, 타자 렉스의 wRC+는 92에 그친다. 외국인 선수들이 리그 평균 이하의 성적을 내고 있는 것이다.

외국인 선수 영입에 실패했으면 최소한 교체라도 빠르게 진행해야한다. 하지만 상위권팀과 하위권팀을 가리지 않고 하나 둘 대체 선수를 데려오는 와중에도 성민규 단장은 외국인 선수 교체와 관련해 어떠한 액션도 보이지 않고 있다.

교체를 결정하게 된다고 하더라도 누구를 바꿀 것인지 역시 큰 고민이다. 세 선수를 모두 교체해도 이상하지 않지만 KBO 규정상 3명 중 2명만 교체가 가능하다.

최소한 지난 시즌 후반기 5.40의 ERA로 부진했던 반즈를 남기지 않았더라면 상황이 조금이라도 달라질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현시점에서는 성적이 좋지 못한 외국인 선수 3명 중 1명은 교체를 하지 못한 채 그저 반등하기만을 기도해야 한다.

 

구단의 명운을 바꿀 수 있는 트레이드에서도 성민규 단장은 성공했다고 보기 어렵다. 트레이드로 영입한 선수들은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는 경우가 잦은 반면, 트레이드로 보낸 선수는 좋은 활약을 펼치며 해당 구단에게 큰 도움이 되곤 한다.

이러다 보니 오히려 다른 팀 팬들이 좋은 선수를 보내줘서 고맙다고 성민규 단장에게 감사를 표하기도 하며, 특히 KT wiz의 경우는 롯데와의 트레이드가 우승 및 가을야구 진출에 결정적인 도움이 됐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반대로 성민규 단장이 트레이드로 영입한 선수들 중 강윤구는 겨울 내내 구단 분위기를 어지럽혔으며, 이학주는 터무니없는 실책과 부진한 타격으로 경기를 꼬이게 만드는 경우가 너무 잦았다.

 

종합하자면 성민규 단장은 단장의 주 업무로 분류되는 FA계약, 외국인 선수 영입, 트레이드에서 모두 실패하고 있다. 현재 순위인 4위는 나쁘지 않은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세부 지표를 고려했을 때 롯데가 현재 순위를 유지할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

 

물론 박세웅과 전준우 등의 선수를 합리적인 가격에 붙잡거나 드래프트에서 성공적인 픽을 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하는 등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는 행보들도 몇몇 있다.

 

그러나 FA계약 부문 전체를 종합적으로 따졌을 때는 여전히 높은 점수를 주기 힘들며, 성적의 역순으로 진행되는 드래프트에서 롯데가 상위픽을 하게 된 것이 누구의 책임인지 역시도 따져봐야 한다.

성민규 단장이 과거 SNS에 업로드했던 사진

이외에도 성민규 단장은 본인이 데려온 감독과 불화를 겪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으며, 성적이 좋을 때만 미디어에 모습을 비추는 등 언론 플레이에 몰두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최근까지도 코치진의 항명 사태 등등 경기 외적인 잡음이 계속되는 상황이다.

 

추락하는 물체가 다시 비행하기 위해서는 날개가 제대로 작동해야 한다. 적어도 지금 롯데에겐 성민규 단장은 날개가 될 수 없다. 롯데가 제대로 된 비행을 하기 위해서는 성민규 단장이 떠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