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잘알’은 ‘축구를 잘 아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축구팬에게 가장 명예로운 별명 중 하나다. 그리고 축구 규칙을 잘 아는 것은 ‘축잘알’이 되기 위한 중요한 조건이다. 여러분이 축구 규칙을 잘 모르는 ‘예비 축잘알’이라면, 이 글을 읽고 완벽한 ‘축잘알’이 되길 바란다.
지난 4월 24일, 요코하마 마리노스와 울산 현대의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이 열렸다. 요코하마가 3-2로 승리하면서 1,2차전 합산 스코어를 3:3으로 돌렸고 승부차기에서 5-4로 울산을 제압하고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팬들 사이에서 논란이 된 장면은 전반 38분경에 나왔다. 울산의 역습 상황 도중 요코하마 수비수 카미지마 타쿠미가 자신의 페널티 박스 안에서 핸드볼 파울을 범하자 주심은 페널티킥을 선언함과 동시에 타쿠미에게 다이렉트 레드카드를 꺼냈다.
일반적으로 페널티킥과 다이렉트 퇴장을 동시에 주는 경우는 흔치 않기에 팬들 사이에서는 이 판정이 가혹하다거나, 혹은 오심이라는 주장까지도 나왔다. 그렇다면 이 판정은 과연 오심일까? 아니라면 주심은 왜 이런 판정을 했을까?
대한축구협회 홈페이지에 가면 IFAB(국제축구평의회)에서 배부한 규정집을 볼 수 있다. 해당 규정집(편의 상 번역본을 사용하겠다)의 95페이지 ‘퇴장성 반칙 부분’에는 이렇게 명시되어 있다.
‘핸드볼 반칙으로 상대팀의 득점 또는 명백한 득점 기회를 저지한 경우’
또 그 아래의 ‘득점 또는 명백한 득점 기회의 저지 (DOGSO)’ 부분에는 이렇게 명시되어 있다.
‘선수가 핸드볼 반칙으로 상대팀의 득점 또는 명백한 득점 기회를 저지했을 때는 반칙이 어디서 일어났는지에 상관없이 그 선수는 퇴장당한다 (자신의 페널티에어리어 내에 있는 골키퍼는 예외로 한다).'
이번 상황에서는 바로 위의 두 가지 규정이 적용된 것이다. 그렇다면 '명백한 득점 기회'는 어떤 상황일까? '명백한 득점 기회'는 반칙과 골문 사이의 거리, 전체적인 플레이의 방향, 볼의 컨트롤을 유지하거나 획득할 가능성, 수비수들의 위치와 숫자를 따지게 되어있다.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엄원상은 골문과 가까운 거리에서 골문을 향해 드리블을 하고 있었고, 공을 명백하게 컨트롤하고 있었으며, 그를 막을 수 있는 요코하마 수비수는 없었고, 오히려 팀 동료 주민규가 그를 돕기 위해 유리한 위치로 달려가고 있었다.
즉 엄원상에 온 기회는 명백한 득점 기회로 보기 충분하며 이를 저지한 카미지마 타쿠미의 행위가 핸드볼 반칙이라면 퇴장을 선언한 주심의 판정은 정확한 것이다. 그렇다면 타쿠미의 행위는 핸드볼 반칙이 맞을까?
다른 각도에서 찍힌 사진을 보면 타쿠미가 의도를 가지고 팔을 사용해 공을 터치했음을, 혹은 최소한 팔을 이용해 신체를 부자연스럽게 확대하긴 했음을 충분하게 파악할 수 있다. 즉 타쿠미의 행동은 핸드볼 파울이 맞다고 봐야 할 것이다.
종합하자면, 필자의 사견으로 봤을 때 타쿠미의 행동은 명백한 득점 기회를 저지한 핸드볼 반칙에 정확히 해당하고, 이에 대해 울산의 페널티킥과 타쿠미의 다이렉트 퇴장을 선언한 주심의 판정은 의심의 여지없는 정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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