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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칼럼

'언더독의 반란은 계속된다' 유로 2024 크로아티아 프리뷰

by 마드리드의 거인 2024. 6. 10.

크로아티아는 최근 월드컵마다 낭만적인 여정을 선보였다. 2018 FIFA 월드컵에서는 모두의 예상을 깨고 준우승, 그리고 2022 FIFA 월드컵에서는 한번 더 모두의 예상을 깨고 3위를 달성했다.

매번 치열하고 드라마틱한 모습들을 연출하며 다음 라운드에 진출했고, 2018년의 좋은 성적이 단순한 우연이 아님을 2022년에도 증명하며 많은 팬들의 이목을 끌고 응원을 받았다. 다만 월드컵과 달리 유로에서는 최고 성적이 8강에 그치고 있다. 지난 2번의 월드컵, 그리고 최근 네이션스리그 A 준우승 당시와 같은 저력을 이번 유로에서의 다시 보여줄 수 있다면 최고 성적을 경신할 수 있을 것이다. 
 
크로아티아의 감독은 즐라트코 달리치로, 크로아티아 대표팀 지휘봉을 잡기 이전에는 다소 평범한 커리어를 보냈다. 크로아티아 리그나 중동 여러 팀에서 커리어를 보내는 등 알 아인에서의 몇 차례 우승이나 AFC 챔피언스리그 준우승을 제외하고 뚜렷한 족적이 없었다. 2017년 10월 7일, 월드컵 유럽 예선에서 아이슬란드에 밀려 조 2위를 기록하는 등의 부진을 해 경질된 안테 차치치의 뒤를 이어 크로아티아의 지휘봉을 잡았는데, 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한 뒤 그리스를 합산 스코어 4-1로 대파하며 월드컵 본선에 무사히 안착시켰다.
 
여기까지는 여전히 평범해 보인다. 그러나 본격적인 전설은 이때부터 시작했다. 본선에서 아르헨티나, 나이지리아, 아이슬란드와 한 조에 묶였고, 아르헨티나의 뒤를 이어 엎치락뒤치락할 것이라는 예상과 반대로 세 팀을 모두 격파하며 조 1위로 16강에 진출했다. 게다가 덴마크, 러시아를 상대로 승부차기에서 이겨 4강까지 오르더니 우승 후보였던 잉글랜드를 상대로 연장 승부 끝에 2-1로 누르며 기어이 크로아티아 역사상 최대 성적인 ‘결승 진출’을 이룬 것이었다.
 
그리고 이것이 우연이 아니었음을 4년 뒤에 증명했다. 조별예선에서 모로코의 뒤를 이어 조 2위를 차지하며 강력한 우승 후보인 벨기에와 다크호스였던 캐나다를 제치고 16강에 진출했고, 16강에서는 독일과 스페인을 누르고 올라온 일본을, 8강에서는 월드컵 우승 5회에 빛나는 '우승 후보' 브라질을 누르고 다시 한번 더 4강에 진출했다. 비록 4강에서는 그 대회 우승 팀이었던 아르헨티나에게 전 대회의 복수를 당해 3·4위전으로 밀려났지만, 3·4위전에서 모로코를 누르고 3위를 차지하며 유종의 미로 대회를 마무리다.
 
다만 아직 유로에서는 지난 대회 16강에 그친 만큼 족적을 크게 남기지 못해 이번 대회에서는 월드컵에서의 센세이션을 재현할 준비를 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번 대회에서 달리치호의 스쿼드는 어떻게 구성될까?
 

 
공격수

사진 출처-크로아티아 축구협회
 
이번 대회에서 크로아티아의 선봉장(최전방 공격수) 역할로서 호펜하임 소속의 안드레이 크라마리치와 오사수나 소속의 안테 부디미르가 전술적 상황에 따라 번갈아 가며 기용될 것이다.
 
침투, 위치 선정, 슈팅 등 많은 면에서 최전방 공격수로서의 능력이 출중한 크라마리치는 대표팀에서도 이미 27골을 넣고 있다. 게다가 이번 시즌에도 소속팀에서 10골을 넣는 등 준수한 폼을 보여주어 이번 대회에서도 좋은 활약을 할 것이 예상된다.
 
크로아티아의 늦게 핀 꽃으로 유명한 부디미르는 190cm의 장신과 탁월한 위치 선정 능력에서 나오는 강력한 헤더가 강점이다. 게다가 2020년에 29살의 다소 늦은 나이에 대표팀에 데뷔한 그는 이번 시즌 소속팀에서 무려 16골이나 넣는 등의 물오른 폼을 보여 이번 대회에서 필히 기용될 것이 유력하다. 다만 크라마리치와 다른 스타일인 만큼 단순한 경쟁보다 전술적인 변화에 따라 서로 번갈아 기용될 것이 유력하다.
 
오른쪽 윙어에 위치할 선수는 아탈란타 소속의 마리오 파샬리치가 될 것이다. 첼시 유스 출신으로 임대를 다니다 아탈란타에서 포텐을 터뜨린 선수로도 유명한 이 선수는 왕성한 활동량과 준수한 득점력이 장점이다. 원래는 중앙 미드필더에 가깝지만 현재 크로아티아의 중원의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이번 대회에서는 윙어로 기용될 것이다.

 
또 오른쪽 윙어로 이 선수도 주목할 수 있다. 바로 볼프스부르크 소속의 로브로 마예르다. 날카로운 왼발 킥으로 우수한 패스와 슛을 보여주는 마예르 또한 크로아티아의 주축 선수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원래는 공격형 미드필더이지만 현재 크로아티아가 이 포지션을 사용하지 않는 만큼 이번 대회에서는 오른쪽 윙어에서 뛸 가능성이 높으며, 공격형 미드필더를 사용할 시 이 선수가 이 자리에 선발로 나설 것이 유력하다.
 
왼쪽 윙어 자리를 두고는 하이두크 스플리트 소속의 이반 페리시치와 페예노르트 소속의 루카 이바누셰츠가 경쟁할 것이다.
 
클래식 윙어의 표본이라고 불리는 페리시치는 날카로운 양발에서 나오는 크로스와 슈팅, 그리고 지치지 않는 체력과 활동 범위가 장점이다. 게다가 측면 수비수, 최전방 공격수 등 여러 포지션에서 소화할 수 있는 유틸리티 능력도 가지고 있다. 35세의 황혼기에 접어든 나이와 최근 십자인대 부상에서 회복한 점이 우려되지만, 그래도 생각보다 회복세가 빨라 이번 A매치 명단에도 들었고 베테랑을 선호하는 달리치 감독의 성향 상 이번 대회에서도 중용받을 가능성이 큰 선수이다.
 
이바누셰츠는 날카로운 오른발에서 나오는 패스와 탈압박이 장점인 선수다. 다만 주 포지션은 마예르와 마찬가지로 공격형 미드필더이고, 스피드가 그리 빠르지는 않기에 페리시치의 폼 회복 여부에 따라 주전과 백업을 오갈 것으로 보인다.
 
미드필더

사진 출처-크로아티아 축구협회



대회에서 당연히 중원을 구성할 선수들은, 크로아티아의 중앙 미드필더 3대장인 루카 모드리치, 마르셀로 브로조비치, 마테오 코바치치가 될 것이다.
 
레알 마드리드의 살아있는 전설이자 메시와 호날두를 제치고 발롱도르를 수상하기도 했던 모드리치는 지능, 탈압박, 킥, 활동량 등 미드필더가 갖춰야 하는 모든 부분에서 월드 클래스의 기량을 갖고 있다. 1985년생으로 황혼기를 보낼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크로아티아에서 그를 대체할 미드필더가 없는 수준이라(당연하지만) 이번 대회에서도 그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팀으로도 유명한 알-나스르 소속의 브로조비치는 우수한 수비 능력과 왕성한 활동량을 가진 수비형 미드필더이다. 브로조비치 역시 여전히 크로아티아 대표팀에서는 대체불가의 입지를 자랑하기에 이번 대회에서도 당연히 주전 수비형 미드필더로 활약할 것이다.
 
맨체스터 시티 소속의 코바치치는 뛰어난 패스와 발기술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약간의 기복은 있는 선수지만 크로아티아 대표팀에서는 주축으로 자리 잡았기에 모드리치, 브로조비치와 함께 중원을 구성할 것이다.
 
수비수

사진 출처-크로아티아 축구협회


중앙 수비진을 구성할 두 선수는,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 소속의 요슈코 그바르디올과 요시프 슈탈로가 될 것이다.
 
카타르 월드컵 당시 마스크를 끼고 활약해 주목을 받은 그바르디올은 크로아티아 수비의 10년을 책임질 수비수로 평가받으며 어린 나이임에도 수비력과 왼발 빌드업 능력, 심지어는 오른발 사용 능력과 득점력까지 모두 뛰어난 다재다능한 모습을 보인다. 우수한 자원들이 많은 맨시티에서도 탄탄한 입지를 자랑하며, 지난 카타르 월드컵 때에도 우수한 기량을 선보인 만큼 이번 대회에서도 기대가 큰 수비수라고 할 수 있다. 
 
그바르디올과 함께 크로아티아 수비의 10년을 책임질 수비수로 낙점받은 슈탈로는 집중력과 발기술, 태클이 돋보이는 선수다. 아약스에서는 초반에 다소 부진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크로아티아 대표팀 내에서는 그바르디올의 파트너로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에 이번 대회에서도 주전으로 활약할 것이 유력하다.
 
오른쪽 측면 수비수 자리에는, 레버쿠젠의 분데스리가 무패 우승에 크게 공헌한 요시프 스타니시치가 나설 것이다. 태클을 포함한 기본적인 수비 능력과 안정감이 있는 선수이며 왼쪽 측면과, 중앙도 소화할 수 있어 이번 대회에서부터 중용받을 가능성이 크다.
 
왼쪽 측면 수비수로 나설 선수는, 아약스 소속으로 소속팀에서도 슈탈로와 같이 한솥밥을 먹는 보르나 소사다. 빠른 스피드와 날카로운 왼발 킥이라는 장점을 가진 그는 크로아티아 왼쪽 수비의 미래를 책임질 선수로 평가받았다. 지난 월드컵에서 최악의 활약을 했지만 이후 기량이 일취월장했기에 이번 대회에서는 더 나은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골키퍼

사진 출처-크로아티아 축구협회


이번 대회의 크로아티아의 주전 수문장 자리를 차지할 선수는, 지난 카타르 월드컵에서 센세이셔널한 선방 퍼레이드를 보여준 도미니크 리바코비치다. 페네르바체 소속이며 'FM 본좌'라 불리는 리바코비치는 경이적인 반응 속도와 페널티킥 방어 능력을 자랑한다. 유로 2020부터 주전 골키퍼 자리를 차지한 리바코비치는 지난 카타르 월드컵에서 대활약을 선보였으며, 이번 대회에서도 당연히 주전 골키퍼 자리를 차지할 것이다.
 

ACE

 

루카 모드리치(MF)

크로아티아의 첫 번째 에이스로 선정한 선수는 역시나 중원의 '마에스트로' 루카 모드리치이다. 진작 유니폼을 벗었어도 이상하지 않은 나이지만 모드리치의 축구에 대한 열정은 여전히 뜨겁다. 그러나 나이는 속일 수 없는 법, 소속팀 레알에서는 주로 교체로 활용되고 있다. 크로아티아 대표팀에서는 여전히 모드리치의 비중이 높아 그를 선발로 기용하기 때문에 그의 체력을 잘 안배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가 될 것이다. 모드리치가 이번 대회에서는 또 어떤 마법을 부릴지 지켜보자. 

 

요수코 그바르디올(DF)

크로아티아의 두 번째 에이스라고 볼 수 있는 선수는 바로 수비진의 핵심 요수코 그바르디올이다. 공격진의 파괴력이 떨어지는 크로아티아 입장에서는 최대한 선제 실점을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한데, 실점 억제를 위해서는 역시나 수비진의 핵심인 그바르디올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바르디올은 지난 월드컵에서 좋은 활약을 선보였음은 물론이고, 이번 시즌 후반기 맨시티에서도 인상적인 모습을 수 차례 선보였다. 최근에는 득점 감각까지 물이 오른 모습인데, 공격수들이 답답한 결정력을 이어갈 경우 여차하면 본인이 직접 득점에 가세할지도 모른다. 

 

도미니크 리바코비치(GK)

크로아티아의 마지막 에이스로 선정한 선수는 골키퍼 리바코비치이다. 축구에서 골키퍼는 다소 영향력이 떨어지는 포지션으로 인식되지만, 이런 단기전 토너먼트에서는 골키퍼의 활약이 팀의 분위기를 크게 좌우할 수 있다. 앞서도 언급했듯이 공격진의 파괴력이 떨어지는 크로아티아 입장에서는 선제 실점이 치명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데, 최전방에서 잘 넣지 못하면 최후방에서 잘 막아주는 것이 필수이다. 또 크로아티아가 가장 잘하는 승부차기에 접어들게 될 경우 리바코비치의 진가는 더욱 잘 드러날 것이다. 

 

크로아티아의 유로 2024 예상 라인업

 
크로아티아는 이번 대회에서 4-3-3을 사용할 것으로 보인다. 중앙 공격수들의 무게감은 다른 포지션에 비해 다소 아쉽지만 중원 3명의 조합이 매우 강력하다. 이미 유로 예선에서도 4-3-3을 즐겨 사용했기 때문에 본선에서도 4-3-3을 그대로 사용할 것이다. 

달리치 감독의 특성상 이번에도 왕성한 활동량을 중심으로한 전술을 펼칠 것이 예상되나, 스쿼드에 고령의 선수가 많기에 적절한 교체 카드 활용과 로테이션은 필수일 것이다. 또 공격수들의 결정력이 약점인 만큼 저득점 양상의 경기를 펼칠 것으로 보이며, 월드컵 때처럼 연장 승부나 승부차기도 크로아티아가 원하는 시나리오가 될 수 있다. 

사진 출처-크로아티아 축구협회
 

이번 대회에서 크로아티아의 목표 성적은 4강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2번의 월드컵에서 준우승과 3위, 그리고 네이션스리그에서도 준우승을 거뒀던 경기력을 바탕으로 이번 유로 대회에서는 역대 최고 성적인 8강을 넘어선 4강, 혹은 그 이상을 노릴 것이다. 
 
같은 조에 우승 후보인 스페인과 디펜딩 챔피언인 이탈리아가 있어 대회 초반이 매우 힘들 수는 있다. 하지만 유로는 조 3위도 토너먼트 진출이 가능하며, 그들이 최근 여러 국제대회에서 보여준 정신력을 감안했을 때 이번 대회에서도 충분히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글은 황선재 님의 도움을 받아 작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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