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한국 시간 7월 9일 새벽, 파리 생제르맹은 이강인의 영입을 공식 발표했다. 또 한 번 유럽 명문 클럽에서 뛰는 한국 선수가 탄생하게 됐고, 당연히 대다수의 국내 축구팬들은 축제 분위기이다.
하지만 마냥 희망적인 의견들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자칫 전력이 강한 파리에서 이강인이 충분한 출전 시간을 확보하지 못할까 걱정하는 목소리들도 일부 나오고 있다.
이강인이 소화 가능한 자리는 양쪽 윙어와 공격형 미드필더이다. 현대 축구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4-3-3 포메이션을 기준으로는 양쪽 윙어 2자리, 4-2-3-1 포메이션에서는 공격형 미드필더까지 3자리에서 뛸 수 있다.
파리 스쿼드 내에서 해당 포지션에 기용될 수 있는 선수로는 네이마르, 킬리안 음바페, 카를로스 솔레르, 마르코 아센시오 등이 있다. 이강인이 이 선수들을 제치고, 혹은 이 선수들과 공존하며 경기에 나설 수 있을까?
#네이마르와의 공존
냉정하게 말했을 때 현시점에서 이강인이 네이마르와의 주전 경쟁에서 승리할 수는 없다. 네이마르는 최근 몇 시즌 동안 부상이 잦았지만 여전히 세계 최고의 선수 중 하나이며, 이강인은 그와 공존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바르셀로나 시절에는 왼쪽 윙어로 자주 뛰던 네이마르지만 파리 이적 후에는 공격형 미드필더로 뛰는 빈도가 늘고 있다. 선수 본인이 중앙에서 프리롤로 뛰면서 공격 전반에 관여하는 것에 흥미를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강인의 주 포지션 공미를 선호한다니 이는 이강인에게 악재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네이마르가 공미 자리를 차지해도 이강인은 윙어로 뛸 수 있다. 이강인은 이미 마요르카에서 윙어로 뛰는 것에 익숙해졌으니 네이마르와 공존이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알 수 없는 미래의 음바페
음바페는 지난 시즌 스트라이커로 주로 나섰지만 본래는 왼쪽 윙어 자리를 선호한다. 만약 파리가 음바페를 잔류시키면서 동시에 전문 스트라이커를 영입한다면, 음바페가 왼쪽 윙어에서 뛰게 될 것이고 이강인의 자리는 오른쪽 윙어로 제한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다. 음바페는 이미 파리와의 관계가 매우 나빠진 상태이기 때문이다. 음바페는 얼마 전 구단을 저격하는 인터뷰를 했고, 가뜩이나 음바페의 매각을 원하던 파리 보드진은 이를 계기로 무슨 일이 있어도 그를 이적시키려고 할 것이다.
혹시나 음바페가 잔류할 경우에도 음바페의 존재는 구단 재정에 부담이 되기 때문에 파리가 추가적인 전문 스트라이커를 영입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결국 음바페는 파리에 남더라도 스트라이커로 뛰게 될 것이며, 이강인과 경쟁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이강인과 다른 유형의 자원 솔레르
솔레르의 경우 발렌시아 시절에 이어 또 한 번 이강인과 한솥밥을 먹게 됐다. 솔레르는 주 포지션은 중앙 미드필더지만 발렌시아 시절부터 때때로 윙어나 공미로 기용되곤 했다.
그러나 발렌시아보다 스쿼드에 기술적인 자원이 많은 파리에서는 솔레르가 2선으로 기용되는 빈도가 줄고 있다. 또한 솔레르는 윙어로 기용되더라도 실제 경기에선 중앙 미드필더처럼 플레이하며 중원 싸움을 돕는 경우가 많았다.
즉 전형적인 2선 테크니션인 이강인과는 성향이 다르기에 이강인과 경쟁하게 될 가능성은 떨어지며, 이강인보다 낮은 위치의 포지션에서 뛸 확률이 높다.
#충분히 넘을 수 있는 존재, 아센시오
마르코 아센시오는 지난 두 시즌 동안 레알 마드리드 소속으로 라리가에서 19골을 넣었다. 분명 득점력에는 강점이 있는 선수이며, 특유의 왼발 킥력을 바탕으로 원더골을 종종 만들어내곤 했다.
하지만, 냉정하게 말했을 때 득점 이외의 영역에서 아센시오의 경기력은 그리 좋지 못하다. 느린 스피드로 공격의 템포를 죽이거나, 주발인 왼발을 지나치게 고집하다가 슈팅 타이밍을 놓치기도 하며, 패스 타이밍을 놓쳐 소유권을 잃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이강인과는 주로 오른쪽 윙어를 두고 경쟁할 확률이 높은데, 이강인 입장에서는 충분히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상대이다. 득점 이외의 경기력에서는 오히려 이강인이 앞선다는 평가가 일반적이며, 실제로 22/23 시즌 라리가 활약상도 이강인이 우위라는 평이 많다.
#마무리
파리는 이외에도 비티냐, 베라티 등등의 미드필더 자원이 있지만 이들은 대부분 이강인이 뛰는 2선보다는 낮은 위치에 기용되면서 이강인과 출전 시간을 두고 경쟁하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이적시장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클럽팀을 오랜만에 맡는 엔리케 감독이 어떤 전술을 사용할지 역시도 지켜봐야 한다. 계약기간은 2028년까지로 길고, 이 기간 동안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는 이미 슛돌이 시절부터 마요르카에서까지, 이강인이 얼마나 뛰어난 재능을 가졌는지 충분히 지켜봤다. 우리가 그랬던 것처럼, 파리지앵들 역시 이강인의 재능에 사랑에 빠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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