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시간 5월 29일, 2022/23시즌 PL이 막을 내렸다. 토트넘은 최종전에서 리즈를 상대로 4-1 대승을 거뒀지만 같은 시각 아스톤 빌라도 브라이튼에게 2-1 승리를 거뒀고, 결국 토트넘은 빌라에 승점 1점 뒤진 8위에 그치며 유로파 컨퍼런스 리그 진출조차도 실패하게 됐다.
토트넘이 유럽 대항전에 진출하지 못한 것은 2008/09시즌 이후 처음이다. 당시에도 토트넘은 리그 8위에 그치며 7위까지 주어지는 유로파리그 출전권을 획득하지 못한 바 있다.
유럽 대항전 진출 실패는 토트넘의 다가오는 시즌을 더욱 어렵게 만들 전망이다. 당장의 구단의 수익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 선수 영입이나 신임 감독 선임 역시도 쉽지 않아 질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토트넘은 어떻게 이렇게까지 망가진 것일까?
#감독, 감독 대행, 감독 대행의 대행
안토니오 콘테 감독의 경우 지난 시즌의 퍼포먼스를 전혀 이어가지 못했다. 좋지 못한 경기력에도 승점은 어느 정도 챙기는 듯 했으나, 시즌 중반 이후로는 그조차도 쉽지 않았고 콘테 감독은 특유의 의욕을 잃은 모습을 자주 보였다.
또한 콘테 감독은 선수단과 구단을 비난하는 인터뷰까지 하며 상황을 파국으로 몰아갔다. 사실이라도 하지 말아야 하는 말이 있는데 콘테 감독은 선을 넘은 것이다.
결국 토트넘과 콘테의 동행은 상호 해지로 마무리됐다. 개인적인 악재가 겹쳤던 것을 감안해도 콘테 감독의 명성을 생각하면 아쉬운 결과였다.
콘테가 떠난 후 수석코치이던 크리스티안 스텔리니가 지휘봉을 이어받았으나 좋지 못한 모습을 보였고, 라이언 메이슨이 감독 대행의 대행을 맡게 되는 웃지 못할 촌극이 발생하기도 했다.
#총체적 난국의 수비진
이번 시즌 토트넘은 리그에서 무려 63실점을 기록하며 리그 5위에 해당하는 70득점을 기록하고도 득실차는 +7에 그쳤다. 70골을 넣을 정도로 퀄리티 있는 공격진을 가진 팀이 60실점을 넘게 하는 전례를 찾기 힘든 일이 벌어진 것이다.
주장 위고 요리스 역시 신체능력이 심하게 떨어진 모습을 보이며 xG실점(31)보다 무려 8점 많은 39실점을 기록했고, 뒤를 이은 프레이저 포스터 역시 마찬가지였다(xG실점:19, 실제 실점:24).
에릭 다이어는 시즌 내내 장점을 찾기 힘든 퍼포먼스로 실수를 연발하며 실점의 원흉이 되는 경우가 잦았고, 사실상 이번 시즌 팀에서 가장 경기력이 좋지 못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나마 크리스티안 로메로가 분전했으나 카드를 자주 수집하며 불안감을 안겼고, 결국 AC밀란과의 챔스 16강 2차전에서 퇴장을 당하며 탈락의 원흉이 되고 말았다. 두 왼발잡이 클레망 랑글레와 벤 데이비스 역시도 팀을 구원할 정도의 퍼포먼스는 보이지 못했다.
에메르송 로얄은 수비적으로는 잠깐 괜찮은 퍼포먼스를 보였으나 공격 전개에는 큰 도움이 되지 못했고, 반대로 이반 페리시치는 공격에는 기여했으나 수비적으로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페드로 포로 역시도 슈팅을 제외하면 특별한 장점을 보여주지 못했다.
#찬스를 만들지 못하는 중원
이번 시즌 토트넘은 xG(57.8), 큰 기회 창출(64)에서 리그 8위에 그쳤다. 그리고 이는 찬스 메이킹 능력이 부족하고 투박한 중원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토트넘은 이번 시즌 그나마 기술적인 미드필더 로드리고 벤탄쿠르가 부상을 당한 뒤 더욱 답답한 경기력을 보였다.
토트넘의 이번 시즌 큰 기회 창출 64회 중 대다수는 미드필더가 아닌 해리 케인(14회), 손흥민(8회), 데얀 클루셉스키(7회), 페리시치(11회) 등이 만든 것이다. 중원에서 조금만 더 공격진을 더 보좌했더라면 토트넘은 더 많은 골을 기록할 수 있었을 것이다.
#케인을 제외하고는 제 몫을 다하지 못한 공격진
상단에서는 토트넘의 공격진의 활약상이 좋았던 것처럼 서술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수비진, 혹은 미드필더진과 비교했을 때 해당되는 말이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케인을 제외하고는 토트넘은 공격진 역시도 좋은 평가를 하기 힘들다.
여름 이적시장에서 약 900억에 육박하는 거금을 주고 데려온 히샬리송은 리그 단 1골에 그쳤다. 겨울 이적시장에서 팀에 합류한 포로가 리그 3골을 기록한 것을 감안하면 얼마나 심각한 기록인지 알 수 있으며, 골 이외의 경기력이 좋았다고 하기도 힘들다.
클루셉스키 역시 지난 시즌 빠른 템포로 공격을 전개하며 찬스를 자주 만들던 장점이 사라진 모습을 보였다. 또한 손흥민의 경우 리그 10골 5도움을 기록했으나, 전술적으로 보좌를 받지 못하고 부상을 당하기도 하는 등 악재가 겹치며 명성에 비해 아쉬운 시즌을 보냈다.
결국 토트넘 공격진의, 아니 팀의 본체는 해리 케인이었다. 케인은 단 21.46의 xG값에 해당하는 찬스에서 리그 30골을 기록했고, 팀 내 최다인 14회의 빅 찬스 메이킹을 기록했다. 케인이 없었더라면 팀이 얼마나 더 낮은 순위를 기록했을지 상상조차 하기 힘들다.
#이 모든 상황을 초래한 보드진
사실 이번 시즌 토트넘의 문제들은 단순히 이번 한 시즌을 잘못 운영해서 생긴 것이 아니다.
이미 팀을 떠난 얀 베르통언과 토비 알더웨이럴트의 폼이 떨어지던 시기부터 수비 불안은 예고되어있었고, 크리스티안 에릭센이 팀을 떠난 이후로 팀에는 플레이메이커라고 부를 선수가 없었다.
그럼에도 토트넘이 꾸준히 유럽대항전을 진출할 수 있었던 것은 케인과 손흥민이 무에서 유를 창조하며 공격진을 이끌었기 때문이다.
그런 와중에도 다니엘 레비 회장을 비롯한 보드진은 적절한 포지션에 적절한 보강을 하지 않은 채 시간과 자본을 낭비했고 그 결과가 지금 나타나고 있다.
다니엘 레비 회장은 협상에서 적은 금액을 절약하기 위해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하며, 결국 그 과정에서 상대 구단과의 관계가 악화되어 장기적으로는 손해를 본다.
물론 보드진들은 우리가 보지 못하는 것을 볼 수 있고, 그들 역시 아무 이유 없이 선택을 내리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선택의 과정에서 팬들을 납득시키지 못했다면, 결과만큼은 팬들을 납득시켜야 한다. 8위라는 순위를 납득하는 팬들은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팬들의 바람과는 다르게, 앞으로의 상황은 지금보다 더 나빠질 확률이 높다. 팀의 본체 해리 케인의 계약 기간은 단 1년밖에 남지 않았으며, 감독들은 무리뉴와 콘테마저 실패한 곳에 오고 싶어 하지 않는다.
명확한 해결책이 없다면, 앞으로 토트넘이 얼마나 더 망가질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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