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축구/칼럼

클린스만의 미심쩍은 지도력, 그럼에도 필요한 건 ‘일단 응원’

by 마드리드의 거인 2024. 1. 16.

1월 15일, 클린스만호의 아시안컵 첫 경기 바레인전이 3-1 승리로 마무리 됐다. 결과 자체는 2점 차 승리였지만 경기력에 대해서는 적지 않은 축구팬들이 비판의 목소리들을 내고 있다.

 

클린스만호는 후방 빌드업 과정이나 수비 상황에서 실수가 적지 않았고, 후반 6분에는 바레인에게 동점골을 허용하기도 했다. 몇몇 핵심 선수들의 우수한 개인 능력이 없었다면, 자칫 첫 경기부터 승점을 잃었을지도 모른다.

 

사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의 이력을 생각했을 때 대표팀의 경기력이 답답한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클린스만은 바이에른 뮌헨에서는 역사적인 패배를 반복하며 부진한 성적을 남겼고, 헤르타 베를린을 떠날 때는 페이스북 라이브로 사임 의사를 밝히는 기행을 하기도 했다.

한국 대표팀을 맡은 후에도 그의 근무태만 논란은 계속됐으며, 대표팀은 답답한 경기력을 보이는 와중에 몇몇 선수들의 개인 능력에 의존해 어렵게 결과를 내는 경기들을 반복했다.

 

그러다 보니 간혹 팬들 사이에서는 이번 아시안컵에서 부진한 성적을 거두고 클린스만 감독이 경질당하기를 바란다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한다. 클린스만의 경질을 2보 전진으로 생각하기에 아시안컵에서의 1보 후퇴 정도는 감수할 있다는 의견이다.

하지만 이번 아시안컵은 매우 중요한 대회이다. 다음 아시안컵은 2027년인데, 현재 대표팀의 캡틴 손흥민은 이미 만 30세가 넘었으며, 황금세대의 또 다른 핵심 멤버인 김민재와 황희찬 역시 다음 대회 때는 만 30세를 넘기게 된다. 이들이 언제까지 황금일지 모른다.

 

그리고 클린스만 감독이 경질된다고 해서 그보다 훨씬 우월한 지도자가 대한민국에 온다는 보장도 없다. 펩 과르디올라, 위르겐 클롭, 카를로 안첼로티 같은 감독들이 갑자기 현 소속팀을 포기하고 대한민국을 맡아준다면 정말 좋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매우 낮다.

 

또한 요행으로 이룬 성공이라고 해서 성공이 아니게 되는 것은 아니다. 축구 역사를 돌이켜보면, 정말 많은 우승팀들이 경기력으로 비판받았지만 그 누구도 경기력을 이유로 그들의 우승 트로피를 박탈하지는 못했다.

2021/22시즌 레알 마드리드의 경우 챔스 토너먼트에서 상대에게 주도권을 내주는 어려운 경기를 많이 했지만, 누구도 그들의 14번째 빅이어를 부정하지는 않는다.

 

결국 기록에 남고 기억에 남는 것은 트로피이다. 훗날 ‘클린스만과 함께 우승한 아시안컵’을 추억하고 싶은가? 아니면 ‘부진한 성적을 거두고 클린스만을 경질한 아시안컵’을 추억하고 싶은가?

 

가능성이 낮은 이야기지만, 현재 우리에게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클린스만 감독이 진짜 좋은 지도자로 거듭나면서 대표팀을 더 강팀으로 만드는 것이다. 이 시나리오가 실현되기만 한다면 클린스만 감독에 대한 경질 논의조차 필요 없다.

 

그리고 이 시나리오가 실현되지 않는다고 해도 대표팀에게는 아직 시간이 꽤 남아있다. 아시안컵 이후에도 경기가 많기에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는 조금 늦어져도 괜찮다. 다음 월드컵은 48개국 체제인 만큼 최악의 경우에도 월드컵 출전권은 따낼 수 있을 것이다.

 

필자 역시도 클린스만이 그리 좋은 지도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클린스만이 선임될 때 경악했으며, 그가 보여주고 있는 경기력에 만족하지 못하는 상태이다.

 

하지만 지금은 일단 그가 좋은 지도자라고 믿고 응원할 때다. 좋은 과정은 이미 놓쳤을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꼭 좋은 결과를 거두지 말라는 법은 없고, 그러기 위해서는 응원이 필요하다.

많이 기다릴 필요도 없다. 딱 2월 12일 오전 2시, 아시안컵 결승전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만 기다리면 된다. 아시안컵이 끝날 때까지만, 잠시 다른 의견은 모두 잊고 대표팀에게 응원을 보내는 것이 팬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