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간 9월 2일 11시에 열린 프리미어리그 4라운드 경기에서 토트넘이 번리를 상대로 5-2 대승을 거뒀다. 이번 시즌 처음 톱으로 선발 출장한 손흥민은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자신의 물오른 폼을 과시했다.
본격적으로 글을 시작하기 전에 먼저 사과를 하고 가야겠다. 필자는 PL 1라운드 경기를 보고 https://justaballgame.tistory.com/27라는 글을 작성했었다. 그러나 필자의 생각은 완전히 틀렸다.
손흥민은 필자가 생각한 것보다 훌륭한 선수였고, 필자의 생각을 비웃듯 다음 두 경기 동안 좌측면에서도 뛰어난 경기력을 보여줬다. 포스테글루 감독은 손흥민이라는 선수를 필자보다 더 잘 파악하고 있었으며, 팀원들 역시 더 발전된 경기력으로 손흥민을 보좌하기도 했다.
손흥민은 좌측면에서 특유의 축구 센스와 패싱력으로 많은 찬스를 만들며 팀의 공격 전개를 도왔다. 그리고 경기 도중 교체로 톱 자리에 설 때도 좋은 경기력을 보이며 기대감을 높이기도 했다. 그리고 마침내, 처음 톱으로 선발 출장한 번리전에서 해트트릭을 폭발시켰다.
손흥민의 첫 골은 전반 16분에 나왔다. 페드로 포로의 뒷공간 패스를 받은 손흥민은 공을 마노르 솔로몬에게 건넸고, 솔로몬은 수비를 자신 쪽으로 유인한 뒤 손흥민에게 리턴 패스를 내줬다. 손흥민은 절묘한 칩슛으로 상대 골키퍼를 농락하며 경기를 1:1 원점으로 돌렸다.
이후 크리스티안 로메로와 제임스 매디슨의 골로 토트넘이 3:1로 앞선 후반 18분, 손흥민의 두 번째 골이 나왔다. 솔로몬이 왼쪽 하프스페이스를 직접 돌파한 뒤 손흥민에게 컷백을 내줬고, 손흥민은 이를 논스톱 슈팅으로 골문 오른쪽에 꽂으며 스코어를 4:1로 벌렸다.
이어진 후반 22분, 또 다시 포로의 뒷공간 패스를 받은 손흥민은 상대 수비 라인을 절묘하게 무너뜨렸고, 골키퍼와 1:1 기회에서 침착하게 니어 포스트로 슛하며 해트트릭을 완성했다. 이후 후반 27분 손흥민은 히샬리송과 교체되며 경기를 마무리했다.
이전까지는 손흥민이 원톱 자리에서는 고전할 것이라는 의견들이 많았지만, 적어도 이번 시즌 보여주고 있는 모습들만 놓고 보면 손흥민은 원톱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어 보인다. 번리전뿐만 아니라 앞선 경기들에서도 경기 중반 원톱 자리에서 준수한 플레이를 선보였다.
상대 수비를 등지고 동료와 연계하는 모습, 빌드업이 원활하지 않으면 직접 내려가서 공을 받아주는 모습, 무엇보다 특유의 오프 더 볼로 공간을 찾고 공격수의 가장 중요한 덕목인 골을 기록하는 모습까지 이렇다 할 약점을 찾기 힘들었다.
물론 상대 수비와 경합 헤딩을 하는 상황이 오면 손흥민의 약점이 드러날 수도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포스테글루 감독의 축구에서는 주로 낮은 패스를 통해 공격을 전개하기 때문에 손흥민의 헤딩 경합 능력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고 있다.
사실 최근 몇 년간 토트넘은 경기 결과와 별개로 경기력 자체가 매우 답답해 보는 팬들로 하여금 지루함을 느끼게 하는 경우가 많았다. 저녁 혹은 새벽 시간에 토트넘 경기를 챙겨보던 국내 팬들 역시도 자주 따분함을 호소하곤 했다.
그러나 포스테글루 감독의 토트넘은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인다. 라인을 높게 올리고 상대를 강하게 압박하며, 짧은 패스로 원활하게 빌드업을 진행한다. 수준 높고 재미있는 경기를 보여주니 자연히 팬들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이런 확실한 체계 아래에서라면 포스테글루 감독은 하고 싶은 것을 다 해도 좋다. 손흥민 역시 어느 자리에 배치하더라도 좋은 경기력을 보여줄 것이다. 당분간은 토트넘 앞에 꽃길이 펼쳐지기를 기대해도 좋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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