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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칼럼

정말로 하비에르 테바스가 리오넬 메시를 떠나게 만든 것인가?

by 마드리드의 거인 2023. 4. 21.

최근 리오넬 메시의 바르셀로나 복귀설이 돌고 있는 가운데 메시가 바르셀로나를 떠났던 과정 역시 재조명되고 있다. 이 가운데 혹자는 ‘라리가에서 의도적으로 메시를 내보낸 것이며 이는 라리가 회장 하비에르 테바스가 마드리디스타이기 때문이다’라는 음모론을 제기한다. 정말로 이 음모론은 사실일까?

 

우선 시간순서대로 관련된 주요 사건들을 천천히 살펴보자.

19/20시즌 FC바르셀로나가 FC바이에른뮌헨과의 챔피언스리그 8강 경기에서 2-8이라는 큰 스코어로 역사적인 패배를 당한 뒤 메시는 자신이 FA신분이라고 주장하며 이적 의사를 밝혔다.

 

메시 측의 주장은 이러했다.

 

-바르셀로나와의 계약에 2020년 여름 이적시장에 FA가 될 수 있는 조항이 있고 자신은 이 조항을 발동시켜 FA로 이적하고자 한다.

 

반면 바르셀로나 측은 계약의 구체적인 날짜를 언급하며 반박했다.

 

-메시가 FA가 되는 조항의 유효기간은 2020년 6월 30일까지로 이미 만료됐고, 메시는 FA신분이 아니다(해당 시즌은 코로나로 중단된 기간이 있었고, 뮌헨과의 경기는 8월 14일).

 

만약 테바스 회장이 마드리디스타라서 메시가 떠나기를 원했다면, 이미 이 상황에서 메시의 손을 들어 그의 FA자격을 인정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그렇게 하지 않고 이 상황에서 바르셀로나의 손을 들었으며 결국 메시는 추가적인 법적공방을 포기한 채 바르샤 잔류를 선택한다.

이후 2021년 4월 19일 레알 마드리드 회장 플로렌티노 페레스의 주도로 슈퍼리그가 선포되면서 라리가와 레알 마드리드 간의 사이는 최악으로 치달았고, 2021년 8월 5일 FC바르셀로나가 메시와의 동행을 끝낸다고 발표했다.

 

음모론이 사실이라면 테바스는 메시를 보낼 좋은 첫 번째 기회를 놓치고, 오히려 레알에 대한 감정이 나빠진 뒤에 찾아온 두 번째 기회에 메시를 보냈다는 것인데 이는 너무나도 설득력이 떨어지는 주장이다. 당연하게도, 테바스가 사사로운 팬심이 아니라 규정에 의해 결정을 내렸기에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이다.

메시가 바르샤를 떠난 이유를 더 자세하게 알아보자. 리오넬 메시가 바르샤를 떠난 공식적인 사유는 샐러리캡 위반으로 인한 등록 불가이다.

 

메시는 21/22시즌을 앞두고 주급을 삭감하는 것에 합의했지만, 이 삭감한 주급으로도 바르셀로나의 샐러리캡은 초과되기에 바르샤가 메시를 등록할 수 없었던 것이다. 또한 스페인의 노동법 때문에 메시가 주급을 일정 수준 이상 삭감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만약 테바스가 이러한 라리가의 샐러리캡을 무시하고 메시의 등록을 허가했다면 그것이야말로 특정 구단에 특혜를 제공하는 행위이며 권한 남용이다. 또한 스페인 노동법을 위반하는 계약을 허가했을 경우 이는 축구계 규정 위반보다 더 큰 차원의 문제인 범법행위에 해당한다.

애초에 라리가 회장이라고 해서 선수의 등록 여부를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높은 직위일수록 더 많은 책임과 제약이 따르기 마련이다. 회장의 행동은 수많은 규정들에 의해 제한되며, 중요한 사안들은 여러 회의를 걸친 끝에 결론이 나온다.

 

만약 메시가 2020년 6월 30일 이전에 FA자격을 주장했으면 테바스는 그것을 인정했을 것이고, FC바르셀로나가 샐러리캡에 여유가 있었다면 테바스는 메시의 21/22시즌 등록을 승인했을 것이다. 그것이 규정에 맞는 일처리이기 때문이다.

 

물론 라리가가 힘을 잃어가고 있는 현재의 상황은 분명 테바스 회장의 책임이 크다. 많은 라리가팀들은 재정적인 문제를 겪고 있으며 유럽대항전에서의 라리가의 경쟁력 역시 예전같지 않아 보인다. 그가 마드리디스타를 자처하는 듯 보이지만 필자를 비롯한 대부분의 다른 마드리디스타들 역시 그에 대한 감정이 그리 좋지 못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메시가 바르샤를 떠나게 된 것을 구실로 테바스를 비난해도 되는 것은 아니다. 메시의 이적은 바르샤의 방만한 경영이 명확한 원인이며, 이를 부정하고 리그의 회장과 타 팀에 관한 근거 없는 음모론을 펴는 것은 무책임하고 무례한 처사이다. 구단 역사상 최고의 선수를 떠나보냈던 것은 분명 마음 아픈 과거이지만, 그에 대한 책임은 올바른 대상에게 물어야 할 것이다.